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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사료의 가치&효과
야곱
보릿고개’.
지난해 가을 수확한 곡식이 바닥나고 올해 농사지은 보리가 미처 여물지 않아 극심한 굶주림 속에 지냈던 1950~60년대의 궁핍했던 춘궁기를 이르는 말이다. 먹거리의 풍요로움을 넘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조차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지만 궁핍한 식생활을 상징해 표현하는 말로 일컬어진다. 당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기아에 허덕인 것으로 조사된다.
이후 농업 부문의 연구와 발전, 경제 성장은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인구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영양실조 인구는 감소 했다. 이는 수확량 증가는 물론 국제 원조와 갈수록 낮아지는 국제간 무역 장벽 등 한 나라의 식량 부족분을 다른 나라의 잉여분이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가 경험했던 2008년 곡물 가격 쇼크는 이 같은 기제가 더 이상 영향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생산량이 급감한 곡물 시장은 식량 수급에 따라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어느 정도 파급력을 미치는 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더욱이 원료의 대부분을 곡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업계와 농가들이 느낀 위기감과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던 상황은 자신감을 크게 상실하게 했다.
2008년 가을 수확량이 좋아지고 곡물 시장 투자자들이 세계 금융 위기로 잠깐 숨을 고르면서 상황이 호전 됐지만 지난해 주요 곡물 수출국가의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코앞에 닥친 애그플레이션의 위기는 또다시 크나큰 공포감으로 우리업계를 엄습하고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가속화하면서 강력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곡물 생산 기반을 위협하는 상황이 쉼 없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다 옥수수 등 곡물을 활용한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 증가는 이런 상황을 더욱 첨예화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800만 헥타르의 경작지가 연료 작물의 재배에 사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2200ha로 미국 내 경작지의 10%에 해당하고, 유럽은 1700ha로 유럽 경작지의 16%에 해당한다. 경작지는 동시에 두 번 사용할 수 없으므로 향후 식량 자원과 에너지원의 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증가하는 육류 소비와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된 축산업의 규모화·기업화 양상은 전 세계적인 곡물 수급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만도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량 생산 등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이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돼 추진돼왔지만 이제 더 이상 싼 값의 곡물 사료 이용이 요원해지면서 비용 절감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더욱이 농후사료 중심의 공장식 사육 방식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내가 먹는 축산물이 어떠한 환경에서 사육 되어지는가라는 물음으로까지 번지면서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논란은 식량 작물과 사료이용의 경합으로 물론 세계 인구의 팽창에 따른 슬럼화 현상 가속화로 사람과 가축과의 먹이 전쟁, 여물통과 접시 전쟁으로 비화하면서 육류 소비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곡물 수확량, 바이오 연료의 갈망으로 야기된 곡물 가격 상승, 신흥 경제 성장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육류 소비량 증가, 기업형 축산의 그늘은 식량 수급에 대한 근본적 대처는 물론 향후 국내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풀 사료의 역할과 가치에 우리업계가 인식을 새롭게 전환 하고 주목해야 할 이유다.
우리나라는 축산업이 부흥하기 전인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반추가축에게 반드시 필요한 풀사료 이용을 위해 농산업 부산물, 산과 들 그리고 논·밭두렁에 자생하는 야초 등을 베어 쇠죽을 끓여 먹이는 자급 조사료 방식이 주를 이뤘었지만 축산업이 점차 전업·규모화하고 사육두수가 크게 늘면서 풀사료 역시 많은 부분을 수입에서 충당해왔다.
그러나 이젠 풀사료도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풀사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풀사료인 알팔파는 생산이 크게 감소해 수요증가와 맞물려 가격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농협중앙회가 조사한 지난해 수입조사료 가격 현황에 따르면 티모시와 페스큐, 라이그라스 연맥 등의 조사료 가격도 최소 3.9~19.3% 가격이 오르는 등 전년대비 평균 12.6%나 올랐다.
국내 축산업이 양질의 조사료 생산에 매진하고 이용을 더욱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이 더욱 확연해 진 셈이다. 우리나라 초지 면적은 국토의 0.4% 미만에 불과해 OECD 평균 초지면적인 20%에 불과한 것을 비교하면 자급 조사료 생산과 공급은 힘들게 보인다. 그러나 풀사료를 자급할 수 있는 논과 밭, 임야, 간척지 등 잠재적 생산기반까지 감안할 때 양질의 풀사료는 충분히 생산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여기다 동절기 휴경지와 하천의 저습지, 산간 경사지 등에 재배하면 국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경종 농가의 소득측면에서도 부수적 수입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논은 현실적으로 풀사료 생산을 위한 접근이 가장 용이한 생산기반으로 논뒷갈이를 통한 양질의 풀사료 생산이 가능한 잇점이 있어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경종농가의 식용 소득 작물과 옥수수·수단그라스 등의 2기작 작부체계가 개발·보급되면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업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금강 부여와 영산강 나주, 낙농강 밀양·창령 등 4대강 하천부지에 경관식물을 풀사료로 시범 활용토록 확정하는 등 국내 풀사료 생산 여건은 점점 호전되고 있는 등 훈풍을 불어 넣고 있다.
양질의 국내산 풀사료 이용은 갈수록 더욱 위태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의 대내외적 여건의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으면서 건강한 가축 생산과 축산물의 품질 향상, 경영비 절감 등 축산업의 체질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비용과 생산부문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전업·규모화 된 축산업은 각종 질병과 환경 오염의 문제는 물론 건전한 가족 축산농의 이탈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부작용이 속출하는 가운데 우리 땅에서 생산된 양질의 풀사료의 이용은 반추가축의 기본에 충실한 축산, 아래에서 시작하는 축산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육우에서의 풀사료 공급은 반추가축 위와 골격, 뼈의 충분한 발달로 고급육 생산을 견인하고, 양질의 조사료를 섭취한 젖소는 경제 수명이 길어져 결과적으로 농가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풀사료 섭취는 반추 가축 뿐만아니라 닭이나 돼지와 같이 섬유질을 분해하지 못하는 가축에게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닭에게 풀사료를 먹이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감소하고, 비타민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한 돼지에게 풀 발효사료를 먹이면 변비예방과 면역력 증진 등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여기다 현행 농후사료 중심의 가축 사양 체계를 자급 풀사료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우리땅에서 안전하게 키운 풀을 가축에게 먹여 건강한 축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것은 물론 수입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농가 개인의 소득 향상은 물론 식량자급률 향상 등 엄청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축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환경부의 가축분뇨선진화 대책의 해결 방안도 자급 풀사료 생산 확대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풀사료 재배는 국내 축산업이 나아가야할 친환경 자원순환형 농업의 중요한 고리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콩과의 풀사료 작물은 비료를 대체하고, 벼과의 풀사료는 지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수확된 풀사료를 먹은 가축은 상대적으로 항생제가 덜 사용돼 가축 분뇨 또한 퇴비가치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또 여기에서 생산된 퇴비는 초지와 논, 휴경지, 과수원에 살포할 수 있고, 녹비작물과 풀사료 작물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 숨 가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 축산업은 농업기술의 발달에 따른 값싼 사료 사용, 전업·규모화로 집약적 농업을 추구하며 어느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지만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더욱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와 정부, 종사자 모두가 풀사료의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자급화·활성화에 지혜와 중지를 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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