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적 원인규명·도축라인 현대화 지원 ‘시급’
|
|
■ 진단 / 근출혈문제 해결책은 없나
|
|
|
|
등록일: 2007-10-04 오전 11:36:41
|
|
 | 연간 150두 가량의 거세한우를 지역에서 수도권 도매시장으로 ‘장거리 출하’를 하고 있는 A씨. A씨는 사육단계에서 도축직전에 이르기까지 소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혹서기 우사온도관리 및 통풍, 위장 내 이상발효를 막기 위해 출하 전 생균제나 영양제 등을 급여하는 것은 벌써 수년째 행하고 있는 기본기. 우사 근처에서는 심한 소음이 나는 기계장치를 통한 작업은 자제하면서도 소리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지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라디오방송 등을 들려줌으로써 출하 시 장거리 주행에서 오는 소음스트레스에 대한 훈련을 시키고 있다. 농장출하이후 이동시에도 직접 차에 탑승해 굽이진 길이나 급제동을 피하도록 하는 한편 이동차량에는 독립적재가 가능토록 칸막이를 설치해 이동 중에 소들이 쓰러지거나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몇 해 전 출하한 소가 근출혈 판정을 받아 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A씨는 그 예방을 위한 일이라면 이러한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비단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농가들이 사육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출혈을 경감시키기 위해 사료급여에서 사양관리는 물론 출하 이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축산물등급판정소 제공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적어도 1천두 이상의 한우가, 육우와 젖소까지 통틀어 3천두에 가까운 고기소가 근출혈 판정을 받아왔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그 손실도 고스란히 농가의 몫으로 전가돼 온 셈이다.
근출혈은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충격이나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근육 내에 존재하는 모세혈관이 파열되고 혈액이 근육내로 확산돼 암적색의 혈흔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상 먹었을 때 인체에 해는 없지만, 문제는 근출혈이 일어난 고기는 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혈취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며 근육 속에 혈액이 잔류됨으로써 저장성이 매우 나빠진다는 데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나눠 네 가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소가 태어나 도축되기까지 순서별로 살펴보면, 우선 유전적인 결함이 있거나 태생적으로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감수성이 예민한 경우다.
두 번째로는 사육단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충격이나 스트레스, 또는 셀레늄이나 비타민E 부족으로 모세혈관 벽이 약해지는 경우 등이다. 또 건초사육이 곡물사육에 비해 근출혈이 많이 발생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는 농장에서 출하해 도축단계로의 이동 및 수송 시에 받는 충격이나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도축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하나는 하차 및 계류 시에 소를 강제로 몰아넣음으로써 생기는 충격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격시점에서 원활한 작업이 되지 않음으로 인해 여러 차례 타격을 가할 경우이고, 마지막으로는 시간이 적절히 안배되지 못해 방혈 및 현수가 불충분하게 이뤄지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로 나서는 것은 이러한 몇 가지 요인들마저도 아직까지는 단지 추정일 뿐 구체적이고 명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인규명이 이뤄진 바 없다는 점.
이에 대해 2004년 ‘소 근출혈 발생원인 구명 및 감소방안 연구’를 진행한 축산과학원 김용곤 박사는 “국내에서 이상육 발생에 의한 피해로 인해 이해당사자들 간에 마찰이 상존해 왔음에도 이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다”면서 “생산자나 도축장, 운송기사 등 어느 한 주체에게 그 책임을 물어왔던 특성상 민감한 문제일뿐더러 근출혈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해서도 사후추적을 통해서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아주 많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료를 실험 군으로 선정해 연구한다는 게 난제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근출혈이 주로 척추 주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목심이나 등심, 채끝과 같이 가치가 높은 부위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련업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 거세 고급육에서 근출혈이 빈발한다는 것인데, 거세한 소는 다소 유순해지면서도 스트레스에 민감해지기 때문인 듯하지만, 이 점 역시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주장이다.
하지만, 등판소가 제공한 통계자료에 이러한 낭설을 정설로 인정케 하는 대목이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83개 도축장에서 총 42만5천5백여 두의 한우가 도축된 가운데 거세우는 10만4천9백여 두가 도축됐다. 전체 근출혈 발생이 1천6백40두로 0.39%를 차지한데 비해 거세우 근출혈 비율은 0.77%로 한우 암소 근출혈 비율 0.24%, 비거세 수소 근출혈 비율 0.29%에 비해 현저히 높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말까지의 통계에서도 전체 한우 근출혈 비율과 거세한우 근출혈 비율은 각각 출하두수 대비 0.36%, 0.65%로 전년보다 다소 낮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근출혈 문제가 전체 소 사육 산업이 지향하고 있는 거세고급육 생산에 있어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단 얘기다.
내달 영화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 씨의 원작 ‘식객’의 소고기전쟁-비육우 편에서는 최고의 쇠고기를 찾아 쟁쟁한 식육기술자들이 발골 및 해체, 가공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마지막 경합을 벌인 최후의 두 팀은 실력과 고기품질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상대팀의 소에서 근출혈이 발견돼 주인공이 참가한 팀이 승리하게 된다는 얘기다.
소 근출혈은 이처럼 고기품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한우의 경우 마리당 적게는 1백만 원 안팎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에 이르는 손실을 가져왔다.
2003년 이전까지는 도매시장에서의 근출혈 발생률이 일반도축장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축주가 직접 운송하는 경우와 운송사에 맡기는 경우에 따라, 또는 계류시설이나 방혈시간 등이 근출혈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믿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는 얘기다.
2003년 이후 도축장 HACCP 도입 의무화로 계류시설이나 도축라인은 현대화됐다. 그 때문인지 해마다 늘어나 2002년부터 2003년까지 0.6%에 육박하던 근출혈 발생률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근출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직접적 책임이 ‘농가에 있나, 운송업체 또는 도축장에 있나’를 놓고 시비가 엇갈리고 있으며, 그 책임이 어디에 있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소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생산단계에서는 개량 및 육종을 비롯해 사육단계에서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등의 자구노력과 협동조합이나 생산자단체 등에서는 운송과정 현대화 사업을 함께 해줘야 한다는 것을 들 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근출혈 원인규명 및 철저한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경감방안에 대한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가장 중요하게 나서는 금액적 손실보전 문제는 가축공제 활성화 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계류장 및 상하차대, 방혈 및 현수 등의 과정이 해당되는 도축시설 현대화도 뒷받침돼야 할 항목이라고 이들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
|
야곱이네 흑염소농장 /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본두3길 54-68 / 010-8378-0691 (장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