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를 저지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원정투쟁단은 방문 첫 날부터 시쳇말로 김이 샜다. 우선 EU측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대표와 면담자리에서 우리 원쟁투쟁단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그나시오 대표가 낙농품과 돼지고기를 미국수준으로 개방해야 FTA는 가능하다고 못박은데다 FTA를 한국측에서 먼저 요구해온 만큼 한·EU FTA를 저지기하기 위해 온 원정투쟁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마지막 날 이뤄졌던 김한수 대표와 면담은 또 한 번 원정 투쟁단을 어이없고 분노케 했다. 면담 장소부터 회의장이 아닌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호텔로비에서 이뤄져 김 대표의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는데다 답변 내용이 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민을 걱정하는 소리는 한 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한·EU FTA는 EU라는 세계최대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5천년만의 기회”라고 말할 정도로 FTA를 찬성하는 수준이 아닌 찬양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떠 “이 협상은 후손들에 의해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역사 운운하자 이를 지켜본 투쟁단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투쟁단의 한 농민은 “100년만에 제2의 이완용이 다시 태어났다”며 비분강개했다. 어쨌든 한·EU FTA는 농민들의 희생이 전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농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농민들의 희생을 당연한 듯 여기는데 있다. 과연 농민이 희생되고 먹거리 산업 기반이 무너져도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치고 먹거리 산업을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나라는 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