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값이 또 올랐다. 배합사료 생산업체들은 국제곡물값이 크게 오른 데다 해상운송료까지 상승하면서 사료값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배합사료값 인상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으로 어려워진 축산업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오른 사료값=국내 사료업체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애그리브랜드퓨리나코리아가 9월 초 품목별로 평균 4.5％를 인상, 12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대한제당도 10일부터 배합사료값을 평균 5％ 인상했다. 농협사료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도 10일을 전후해 1㎏당 20~24원씩, 또는 품목별로 5~6％씩 가격을 올렸거나 추석 직전에 값을 인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합사료값은 올해 들어서만 세차례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인상까지 포함하면 1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무려 네차례 걸쳐 30％ 가까이 올랐다. 퓨리나코리아의 관계자는 “국제곡물값과 해상운송료가 크게 올라 사료값을 인상하지 않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단체 반발=축산농가 및 관련단체는 사료업체의 거듭된 가격 인상에 대해 농가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업체가 자구노력을 통한 원가절감에 앞서 가장 손쉬운 방법인 가격 인상으로 농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국제곡물값과 해상운송비가 크게 올랐다 해도 이로 인해 사료 원가 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단순히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며 걸핏하면 사료값을 올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양돈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농가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양돈산업을 공유하고 있는 사료업체들은 농가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막다른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업체의 자체 구조조정과 대응책을 강구해 사료값 인상 요인을 흡수할 것”을 촉구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주요 가축의 생산비 가운데, 사료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우(비육우) 27.1％, 돼지(비육돈) 45.6％, 젖소(우유)는 53.2％나 된다. 이는 축산농가의 경영비가 사료값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충북 영동군 용하면에서 한우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박상화씨(42)는 “올해 상반기에만 두차례에 걸쳐 배합사료값이 한포대당 1,000원 가까이 올랐는데, 이번에 또다시 500원가량 인상됐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값은 떨어져도 사료값은 계속 올라 앞으로 수지타산을 어떻게 맞출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돼지 2,000마리를 사육 중인 김기동씨(45·강원 강릉)도 “추석 이후 돼지값이 크게 내릴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걱정”이라며 “그런데도 사료값은 자꾸 올라 이대로 양돈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사료가격안정기금 등 제도 도입 필요=우리나라와 같이 사료 원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료값을 40％ 이상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일본의 양축농가들이 사료를 구입할 때 실제 부담한 추가 비용은 5~6％에 불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는 정부·축산물 수입업체·사료업체·생산자단체 등이 사료가격안정기금을 모아 사료가격 인상분 중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순찬 한국사료협회 기획팀 부장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료 원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제 곡물값 인상 등 외부의 충격에 의해 사료값이 민감하게 변동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사료가격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