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염소산업는 우수 개체 증식을 위한 종자가 부족해 장기간에 걸쳐 근친교배가 이뤄지다보니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사진은 교잡종 흑염소.
하지만 이제 막 산업화의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데다 소·돼지처럼 체계적인 육성구도 아래 성장해 온 분야가 아니어서 온전히 틀이 잡혔다고 보기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우수 개체의 증식을 위한 종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종자수가 적어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근친교배가 이뤄지다보니 품질 저하, 증체량 하락, 질병 취약 등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문제에 봉착했다. 우리나라가 산양(유산양·염소)을 수입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으로, 산양이 저변화된 나라인 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해 오다 이후 검역관계와 국내 일부 기득권 있는 농가들의 반발 등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한국흑염소협회와 고기용 염소 사육농가들은 품종 개량을 위한 종축용 염소 수입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염소협회 등 일부 단체 회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들의 입장은 염소 수입에 따른 국내 가격 하락으로 농가 피해가 발생하며, 수입종에 입맛이 길들여지다보면 결국 염소고기 수입 확대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재래종 토종 흑염소를 특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현재 시판 중인 염소고기를 흑염소로 알고 구입하지만 사실 국내에 유통되는 염소고기의 75%는 수입육이며, 국산이라고 하더라도 육용·교잡종이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흑염소협회 관계자는 “염소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종축 수입과 별도로 토종 흑염소 유전자원 확보 및 개량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유용·육용 수입종과의 계속된 교잡으로 고유 특성을 잃어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질 경우 그동안 쌓아온 염소산업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가마다 영세한 사육규모도 염소 관련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2014년 현재 전국 염소 사육농가는 1만212가구로, 이 중 50마리 이상 사육농가는 약 10.7%(1090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부업 형태의 소규모 농가들이다.
사육기술 확충도 서둘러 보완해야 할 과제다. 염소는 정립된 사양관리 기술이 없어 대부분 경험에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이 워낙 영세하다보니 염소 관련 협회나 기관에 생산·유통에 관한 체계적인 자료가 전무한 형편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도 가축유전자원센터 내에 연구사 1인이 사슴 업무를 병행해 염소 유전자원만 보존하고 있을 뿐 이용까지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밖에 생산자단체의 영세성으로 소비 확대, 생산자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