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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이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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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구제역 남하 AI 북상 ‘설상가상’

<구제역·AI 특별취재팀>, 4311893@hanmail.net

등록일: 2011-01-14 오전 10:40:36

 
▲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왼쪽)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 관련 긴급 관계장관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구제역 백신 접종울 위해 소를 살피고 있는 장면. 사진 청와대·농식품부 제공)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 축산업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며 사상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전개된 사태와 피해만으로도 재앙이다. 한·육우와 젖소 등 대가축산업은 물론 돼지, 닭, 사슴 등 중소가축산업까지 총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설밑에 ‘자식 같은 것들’을 모두 잃은 축산농가들의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형용키 어려운 지경이다. 하나같이 공황상태에서 트라우마(정신적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지는 않을 지 걱정하고 있다.
이동제한과 백신접종, 도축제한으로 판로가 막혀 ‘다 키운 자식들’을 어쩔 수 없이 끌어안고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관찰하고 있는 축산농가들의 심경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탄식과 절망들이 깊어지고 있다.
사양관리 중인 가축 가운데 연말연시와 설 성수기를 앞두고 출하됐어야할 마리 수가 많은 축산농장 주인들의 가슴은 숯덩이다. 적기 출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사료 공급을 줄이거나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애를 태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생물인 가축은 출하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게 되면 축산물로서 경제성과 가치가 시일이 경과할수록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 축산농장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난관에 봉착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축산업 특성과 리스크 때문에 이번 가축전염병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극심한 경영난에 빠질 축산농가가 전국적으로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축산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사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진정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장기화하고 심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도산이 속출하는 국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방역기관, 지자체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은 작년 11월말 경북에서 첫 발생한 이후 경기, 강원, 인천광역시, 충북, 충남지역을 차례로 휩쓸고 남하하는 양상을 띠었다.
발생 시점이 구제역 확산과 겹침으로써 설상가상이라는 비명을 낳게 한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전남·북에서 충남, 경기로 확대됨으로써 북상하는 양상을 띠었다.
닭, 오리 가금류 사육농장을 위협하고 있는 AI는 경남도 내에서 폐사한 야생조류에서 검출됨으로써 제주를 제외한 한반도 남쪽 절반이 전염성이 강한 구제역과 AI 등 가축전염병의 영향권에 들어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과 외신들의 보도를 뒷받침해주었다.
구제역은 12일 현재 경북, 인천, 강원, 경기, 충남·북 등 6개 시·도, 52개 시·군, 119 개 읍·면에서 발생했다. 살처분 매몰 대상 두수는 141만6772두로 이 가운데 131만7818두가 완료됐고 나머지는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축종별 살처분 두수는 한·육우와 젖소 10만7487마리(2632농가) ▲돼지 122만8147마리(554농가) ▲염소 2820두(116농가) ▲사슴 933두(56농가) 등으로 집계됐다.
구제역 방역의 ‘마지막 카드’라는 예방백신 접종 대상 축산농가와 사육 규모는 확산 양상에 따라 10만392농가, 215만1998마리로 늘어났고 대상지역도 8개 시·도, 103개 시·군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백신 접종 대상지역 확대와 관련, 축산업계 관계자들의 우려와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이유는 접종 대상지역 중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요 축산지대와 거점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중앙재난대책본부는 구제역이 호남권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제역 미발생지역인 전북 정읍, 김제, 익산, 부안, 군산시 관내에서 사육되는 소와 종돈, 모돈 등에 대해 예방백신 접종을 조치했다.
이 같은 조치는 ‘백신 전국 접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선제적 대응 일환이다.
살처분 매몰처리에 필요한 약품과 접종해야할 백신이 동나 참혹한 생매장 현장과 방역 차질이 이미 국내외에 알려져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는 터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전국적으로 접종해야할 사태의 현실화는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AI 확산도 예사롭지 않다. 전북에서 첫 확진 이후 전남에 이어 경기 안성시 관내에서 잇따라 발생함으로써 수도권에서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귀향과 연휴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설 전·후인 2월 초를 구제역 사태의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이미 설 연휴 국민행동 요령 권고를 강화해 알리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소독을 강화하고 경각심을 일깨워도 고향과 농촌지역의 휴가지 등을 찾는 사람과 차량이 많으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고 바이러스의 접촉과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적 협조가 절실하다.
이번 구제역과 AI 확산에는 한파 지속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진단이 지자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 한파는 구제역과 AI 바이러스가 기세를 떨치게 한 반면에 지자체, 축산농가, 지역 및 품목축협을 비롯한 농협 계통조직 등의 유입 차단 노력과 방역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과 장비, 경험 부족으로 살처분 매몰이 지체된 곳에서는 한파 때문에 살처분과 매몰작업이 사투에 다름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파 속에 산적한 처리물량, 음식점에서 배달되는 음식을 제대로 넘길 수 없도록 만든 험한 살처분 매몰처리 작업의 특수성 때문에 지쳐 쓰러진 방역요원이 속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가 누적돼 한계 상황에 이른 방역요원과 쓰러진 요원의 대체 인력을 인력시장과 민간 용역회사에서 조달, 투입했지만 대부분 혀를 내두르고 일부는 포기 또는 고사하는 반응을 나타냈다는 전언도 있었다.
축산업계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피해를 이미 입었다.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구제역 여파로 파생되는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산하면 경악을 금치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축산농가들이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남하하고 북상하는 초유의 와중에 ‘외양간에서 잃어버린 소’는 실로 엄청나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많은 축산농가에게 비통함을 안겨주고 실신케 했던 생매장은 살처분에 소요되는 약품이 동난 바람에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나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하필 FTA 확대 추진으로 국내 축산업의 존립 우려가 팽배되고 있는 시점에 초래돼 충격이 더하다. 공동화한 축산 현장과 초토화한 축산기반들이 언제 복구되고, 곳곳에 텅 빈 축사들의 재가동이 어느 시점에나 본격화할 지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기류다.
그래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외양간 고치기는 축산농가, 축산업계에 국한되는 과제가 아니다.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과 성원, 협조 속에 중앙정부가 보다 확고하고 강력한 정책의지를 표명하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애지중지한 ‘자식 같은 것들’을 모두 잃고 상심하고 있는 수많은 축산농가, 축산업 CEO들이 좌절하지 않고 충격에서 벗어나 재기에 나설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띄우는 것부터 선행해야 한다.
축산기반은 한 번 무너지면 복원과 복구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의 수반되어야 한다. 완전 회복까지는 수 십 년이 소요되는 게 과거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구제역으로 무너지거나 공동화한 축산기반과 현재 위협을 받고 있는 축산현장들은 수 십 년간 투자와 노력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곳이 대부분이다.
가축방역이 진정 ‘제2의 국방’이라면 중앙정부가 현 사태를 주도적으로 진압한 뒤 국가방역체계와 위기관리 매뉴얼이 우리 축산업의 규모와 분포지 등의 실정에 맞게 확립돼 있고 보완을 거듭해 왔는지 자문하고 자성해야 한다. 철저한 점검과 확인을 거쳐 재무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또 자자체로 이양되어 있는 방역 의무와 책임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축산업 허가제를 가축전염병 예방과 방역의 근본대책 일환으로 제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발상과 태도로 의혹을 살 수 있다. 또 외양간 고치기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로 비춰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다가오는 설 연휴기간이 향후 구제역과 AI의 확산 양상에 중대고비임을 직시하고 특단대책마련과 함께 역량을 집중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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