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D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겨울 전국을 강타했던 FMD가 백신접종 이후 수그러들었지만 이번에는 백신 부작용이 심심찮게 거론되면서 현장에서는 백신을 접종할 수도, 그렇다고 접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백신을 접종하자니 부작용이 우려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자니 항체형성률에 따른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지난 겨울에 겪었던 FMD 재앙을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FMD백신 부작용에 대한 좀더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에 따라 본지는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백신접종 의무화 불구 양축현장선 유량 감소·폐사-유사산 속출
축산농가 진퇴양난…불안감 잠재울 해법 시급
◇백신은 강제하고 후유증엔 눈감나
현장, 허약 송아지·임신우 후유증 하소연
차별적 접종 위한 포장단위 개선 요구도
FMD백신에 대한 한우농가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다.
접종을 하자니 부작용이 우려되고, 접종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체질이 허약한 임신우, 송아지 등에 백신접종은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실태 파악 및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방역 당국은 50두 이상 농가들에 대해 자가 백신을 실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을 수령받아 농가에서 개체에 접종을 실시하고 항체형성률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 위반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식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김영길 한우협회 부회장은 “큰 소의 경우는 체질이 강해 비교적 백신접종 후유증을 쉽게 넘기지만 송아지와 임신우는 접종 후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으며, 심하면 폐사와 유산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장 농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위반자를 벌금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방역당국의 횡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백신접종은 강제사항임에도 이로 인해 발생되는 농가의 피해보상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체에 따라 위험성이 높은 개체에 시기를 늦춰 접종을 하고 싶어도 백신의 포장단위가 너무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 백신의 포장단위는 25두 분량으로 한번 개봉하면 36시간 내에 모두 사용해야 한다. 개체별로 접종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사육농가의 현실을 반영한 방역당국의 FMD백신 접종정책 조정이 시급해 보인다. 이동일
◇유량 눈에 띄게 줄어들어
유대인상 불구 생산성은 되레 뒷걸음질
“피해적은 시기 찾아 접종, 대책 강구를”
FMD백신 접종 이후 임신우의 유사산과 같은 현상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지만 낙농가들이 가장 큰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은 유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원유는 낙농가들의 주 소득원인데 유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 만큼 소득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기본 원유가가 인상됐고 체세포 2등급 인센티브 상향 조정은 물론 부족한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유업체들이 쿼터를 풀어버려 생산되는 원유는 모두 정상유대를 받기 때문에 원유 한방울 한방울이 소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1천kg을 생산하는 농가가 FMD백신으로 인해 10% 가량의 유량이 감소했다면 현재 평균 수취가격으로 보면 10만원 가까이 손해를 보게 된다. 더욱이 이를 전국 낙농가들이 생산하는 원유량으로 보면 하루 무려 5억여원의 유대 손실을 입게 된다.
때문에 낙농가들은 FMD청정화를 위해 반드시 FMD백신을 접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혹한기와 혹서기를 피해 최대한 피해가 적은 시기에 백신을 공급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희영
◇전문가 무색케 하는 항체형성률
항체형성률 지역별 격차 커 양돈농 혼선
화농발생도 급증…육가공업계 불만 고조
FMD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낮은 항체형성률로 인해 미접종농가로 분류, 정부의 과태료 부과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양돈농가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의 전문가들이 접종을 담당한 농장까지도 기대치 이하의 항체형성률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방역당국이 밝힌 돼지 FMD백신 항체형성률(9월)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백신 항체형성률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상당수 지역이 과태료 부과기준을 간신히 넘어섰거나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일부 전문가들은 100%의 항체형성률을 보인 지역 대부분이 FMD 발생지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야외바이러스 항체의 간섭효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백신스트레스에 따른 사료섭취량 감소, 증체율 저하는 물론 모돈의 유사산에 대한 우려마저 확산되자 일선 양돈현장에서는 “차라리 백신접종을 포기하고 과태료를 무는게 낫다”는 시각마저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FMD 백신접종으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화농이다.
FMD 백신접종을 계기로 화농발생률이 급증, 돼지고기 품질이 크게 저하되면서 육가공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높은 화농 발생률은 그만큼 접종 효과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양돈계열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FMD 백신접종 초기에는 도축장에 출하된 돼지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에서 화농이 발견됐다”며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금도 화농발생률이 30%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일호
◇긴급백신 이유로 국가검정 면제
현장 “축산환경·질병양상 다른데…”
국내 임상실험 통한 철저검증 강조
FMD백신은 여느 다른 백신과 들어오는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긴급백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국가검정이 생략됐다. 국가검정은 각종 실험을 통해 국가가 효능과 안전성을 보증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국가검정을 실시해, 매 생산 뱃지마다 백신이 제대로 생산됐는 지를 확인하게 된다. 물론 FMD백신이 투입될 당시를 돌이켜보면 국가검정이 빠지게 된 것을 상당부분 납득할 만하다. 국가검정에 대한 기준과 시설이 없을 뿐 아니라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국가검정에 수개월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품목허가 절차에서도 FMD백신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보통 백신의 경우, 국내 실험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FMD백신은 그러지 않았다. 실험과정에서 바이러스 유출을 걱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허가를 받는다고 한다.
결국, FMD백신은 아무런 국내 실험 없이, 지금 국내에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 전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꼴이 됐다.
방역당국과 FMD백신 공급 업체는 외국에서 수많은 실험을 했고, 다수 국가에서 별 이상 없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FMD백신을 사용한 후, 이런저런 모니터링을 한 결과, 만족할 만한 데이터를 얻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이 FMD백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한 양돈농가는 “외국과 우리나라는 축산환경이 다르다. 질병양상도 차이가 난다. 외국자료를 보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버려야 한다. FMD백신을 두고, 보다 철저한 검증작업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양돈 60% 미만, 한우 80% 미만 항체형성률에 대해 과태료 부과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접종 원칙을 철저히 지켰는데도, 항체형성률이 높게 나오지 않았고, 과태료를 물어야할 처지에 몰렸다고 토로하고 있다. 각종 부작용 역시, 확실한 근거를 대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농장경험과 실정을 감안할 때 “FMD백신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김영길
◇백신업체의 입장은
“환경·개체 면역수준 따라 다소 차이
부작용 등 백신 탓, 과학적 근거 없어”
FMD백신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유사산, 폐사 등 각종 부작용과 항체 미형성 등 효능에 대해 “백신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백신맞으면, 사람도 앓는다. 소의 경우, 물 주사만 해도 영향을 받는다”며 FMD 백신이 아니더라도 백신을 하게 되면, 일반적인 스트레스는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거기에다 FMD백신은 오일백신이기 때문에 열이나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사산이라든가 폐사는 결코, FMD백신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백신업체 관계자는 “수 많은 실험을 거친 후에 FMD백신이 개발됐다. 그리고 다수 국가에서 별 문제 없이 잘 쓰이고 있다. 농가들이 제기하는 유사산, 폐사는 소모성질환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항체형성률 역시, 접종 프로그램과 접종원칙을 지켰다면, 항체형성률이 과태료 부과 기준 이하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신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백신을 적용해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항체형성률이 양호하게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이 정도라면, 좀 과하게 표현해 ‘한국맞춤형’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이라는 게 100% 질병을 방어해 주지는 않는다. 환경과 개체면역 수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는 한다. 사람의 경우, 임신부 또는 노약자에게 백신접종을 권유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라고 덧붙였다.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