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축산, 설 곳이 사라진다

(2)법령 문구하나가 18조산업 규제   

(3)정부·지자체 ‘따로국밥’행정

(4)단백질 식량기반을 지켜라

’09년 통계, 전국 시·군·구 75% 사육제한지역 설정 조례 제정

 상당수 지자체 증개축 불허…환경부 규제강화 권고안 논란

“설 곳 어디있나” 축산업계 강력 반발…근본대책 마련 촉구 

수년전부터 각 지자체들 사이에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설정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지방조례 제정 및 개정추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비단 도시형 지자체 뿐 만이 아니다. 도시화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농업지역에서도 가축사육 제한지역 설정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마치 대세처럼 여겨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축산업이 지역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 축산 1번지’  충남 홍성의 경우 지난해말 가축사육제한지역을 확대하는 조례 개정이 이뤄져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축사육제한 지역 설정을 위한 지방조례가 제정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는 174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232개 시·군·구 가운데 75%에 달하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 2009년 통계인 만큼 2년이 흐른 지금 관련지방조례가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가 어느정도일지 가히 짐작케 한다.

◆사육제한 확대 가속화

최근에는 환경부가 기존 지자체의 지방조례 기준을 넘어서는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권고안을 마련, 각 시도에 시달함으로써 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양돈과 양계, 오리의 경우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500m이내 지역에서는 가축사육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 권고안에 따라 이미 조레 개정에 나선 지자체까지 출현,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축산인들은 이에대해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환경부 권고안을 따른다면 국내에서 가축사육이 자유로우면서도 도로와 전기시설이 가능한 지역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결국 축산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탄식하고 있다. 더구나 조례는 수많은 축산인들을 괴롭혀 온 민원보다 더 강력한 규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법이라고 보면된다. 해결의 여지라도 있는 민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증개축까지 불허

실제로 가축사육제한지역내 축사신축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게 됐다. 기존 축사의 증개축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상당수 지자체가 지방조례를 앞세워 증개축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비율이상의 주민동의를 요구하는 지자체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예 증개축 자체를 불허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정부로부터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으면서도 손도 대지 못하는 농가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사육제한지역 설정 이전에 들어선 축사의 경우 증개축만 아니면 별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수 없다"며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폐업농가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농장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며 시설노후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수익감소로 농가스스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소극적 대처 한계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물론 축산업계도 대책부재 속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조례에 대해 축산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지역에 국한됐을 뿐 만 아니라 체계화, 조직화 되지 못한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때 일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위헌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자칫 지방조례 제정 추세가 고착화, 가속화 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흐지부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조례로 인한 폐해가 심화되고 있는데다 최근 환경부의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권고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범축산업계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축산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축산인들은 “이대로라면 FTA가 아니더라도 우리 식탁을 수입축산물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식, 축산업계와 함께 지금이라도 지방조례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