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가 외식 및 웰빙 바람을 타고 육용위주의 시장이 커지면서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재래 산양인 흑염소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강원에서 중탕으로 판매되던 약용위주에서 외식 및 웰빙 바람을 타고 육용위주의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게 현장농가들의 설명. 하지만 흑염소의 경우 표준화된 사육모델조차 없고, 유통구조가 취약해 밀도살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런 취약점을 악용해 수입산 양고기를 흑염소로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따라서 흑염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기반구축을 위한 정책지원과 원산지표시제 실시 등 생산부터 유통, 판매단계까지 개선할 점이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현황은 한우농가 다음으로 농가수 많지만 대부분 영세·부업농 사육하기 쉽고 생산비 부담도 적어 새 소득원으로 주목
흑염소산업이 소자본을 가진 농업인들이나 귀농자, 고령농가들의 일자리 창출에 매우 적합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산업이란 게 현장농가들의 설명이다.
“우리지역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반거치’라고 하는데 흑염소는 반거치도 쉽게 기를 수 있다”는 전국흑염소전업농협회 여척기 경북지부장의 설명처럼 흑염소는 국내에 토착한 축종으로 사육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게 장점이다. 또 흑염소는 다양한 부존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농가의 노력여하에 따라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타 축종에 비해 가축분뇨 등에 의한 환경문제도 크게 없다.
흑염소 300두를 3만5000평의 산에서 방목하는 여척기 회장은 “생후 10개월이면 판매가 가능하고, 보통 12개월 정도를 키워서 생체기준 50㎏이면 판매하는데 지육율이 60~65%는 된다”며 “생체 1㎏에 1만원 남짓하기 때문에 300두 기준 연간순수익이 6000만~8000만원은 되며, 전남 강진의 한 농가는 400두를 키우는데 연간순수익이 1억2000만원이나 된다”고 전한다. 흑염소는 초식동물이지만 아무것이나 잘 먹기 때문에 건초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고, 방목지 등을 잘 활용하면 농후사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생산비부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흑염소는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자본회전이 빠르며, 규모화하기도 비교적 용이하다. 암컷의 경우 12개월이면 번식적령기에 접어들고, 8~9년간 번식할 수 있으며, 임신할 수 있는 성축의 거래가격이 35만~40만원으로 타 축종에 비해 저렴하다. 또 임신기간이 150일로 비교적 짧고 분만 후 1~2개월이면 다시 임신할 수 있기 때문에 수놈은 팔고, 암놈은 계속 사육하는 식으로 규모를 늘리기가 쉽단다.
이에 따라 한우농가 다음으로 많은 농가들이 흑염소를 사육하고 있고, 사육규모도 전업농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소규모 영세농, 부업농이 대다수이다. 농식품부의 기타가축통계에 따르면 2008년 12월 기준 사육두수는 26만6240두이고, 사육농가수는 2만534농가였으며, 이중 100두 이상을 키우는 농가수는 859농가였다. 2007년의 경우 사육두수 37만2447두에 사육농가가 2만7555농가였으며 696농가가 100두 이상을 사육했다.
전국흑염소전업농협회 박영준 부회장은 “흑염소고기는 체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킬 수 있는 불포화지방산 함유비율이 67.5%로 높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며 “이에 따라 국내흑염소시장이 전통적인 약용위주에서 육용위주로 커지고 있으며,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와 개선책은 전용도축장 적어 불법도축 성행…유통 합법화 급선무 수입산 양고기 둔갑판매 기승…원산지표시제 도입을 품종개량·사양관리 표준화 등 생산기술 개발 서둘러야
▲합법적인 유통경로 확보 시급=국내 염소고기 소비량은 2009년 말 기준 2490톤 정도로 추정되며, 이중 국내산이 2100톤, 수입산이 390톤 가량이다.
문제는 수입산 염소가격이 국내산의 절반수준이라서 점점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산 염소가격이 지육 1㎏에 1만원인 반면 국내산은 1만9000원 정도로 높기 때문. 따라서 염소고기 수입량이 2006년 154톤에서 2008년 221톤, 2009년 391톤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며, 호주와 FTA가 체결될 경우 수입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하면 염소는 현재 지정된 도축장에서만 도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흑염소전용도축장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거래물량의 대부분이 밀도축이 된 것이고, 수입양고기가 국내산 흑염소로 둔갑 판매되기도 한다.
또 수입업자들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호주산 양고기 판매를 늘려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최순호 박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염소전문점은 660개 정도가 있었다. 그런데 수입산 염소고기가 국내산으로 전량둔갑 판매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소비자 부담손실액이 연간 35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장농가들과 전문가들은 국내염소산업 보호, 소비자에게 올바른 구매정보 제공 및 유통질서 확립 등을 위해 음식점원산지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영준 부회장은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소규모 도축장시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도축의 사각지대를 없애줘야 흑염소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수입산 염소고기나 면양고기를 흑염소고기로 요리 판매하는 음식점이 성행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방안이 없는 만큼 원산지표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생산기반 확충 필요=국내흑염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생산기반 확충 및 전업농 육성, 품종개량 및 사양기술 확립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물론 농림수산식품부는 대외개방 확대에 대응하고 축사시설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에 흑염소도 포함시키고 있다. 17개 사업소에 12억5700만원을 지원해 축사 및 내부기자재(급이겚氷? 소독, 환기시설, 온겱윳?조절장치), 폐사축 처리시설 등의 신축 및 개보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대상은 300두 이상의 전업농이며, 1개 소당 보조와 융자를 합쳐 1억2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또 농촌진흥청에서 산지를 활용한 친환경 흑염소 생산시범사업을 통해 1개소당 5000만원을 지원해 우량종축 구입, 방목용 목책 및 간이시설 설치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아울러 재래흑염소의 소비활성화나 유전자원보존 및 우수계통조성 등을 위한 연구 등이 농촌진흥청과 시군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일부 진행되고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육량을 늘리기 위해 농가가 임의적으로 재래종과 외국산염소를 교잡시키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사육형태도 방목, 축사내 사육, 가두리 형태 등으로 다양하고 표준화된 사육모델도 없는 등 사양관리가 아직은 체계적이지 않다.
따라서 최순호 박사는 “흑염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량, 사양모델, 축사모델, 환경, 질병 등 종합적인 연구체계를 통한 팩키지화된 기술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산자 조직화도 중요=흑염소산업의 육성을 저해하는 제도개선 및 인력육성, 생산자 스스로의 조직력 강화 노력 등도 요구된다.
제도개선의 경우 농촌진흥청이나 지자체의 귀농교육 등을 통해서는 산지를 활용한 친환경흑염소를 장려하고 있지만 산지관리법 등에 따라 산지에 축사를 짓거나 방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현장농가들의 지적이다. 박우도 흑염소전업농협회경북지회 사무국장은 “농지처럼 소규모 축사의 경우 산지에도 신고만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100~200두 정도의 소규모 방목은 산림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지자체의 판단아래 국유림 방목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흑염소산업을 이어나갈 인력육성과 함께 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책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는 생산자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흑염소와 관련해서는 전국흑염소전업농협회에 300명 가량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흑염소조합에도 250명 가량이 속해 있다. 또 각 시군협의회에도 550여명이 속해 있다. 그러나 2만여명이나 되는 농가수에 비하며 조직화수준이 매우 낮다.
따라서 박영준 부회장은 “흑염소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토착화된 흑염소를 안전하고 고품질로 사육할 수 있는 체계화된 기술정립과 함께 사람육성을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흑염소농가 스스로도 정책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뭉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